-

가끔 지루하고 시시한 긴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의 포텐셜이 터지는 순간을 목격한다. 내가 빨리 잘 할 수 있는 일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걸 안다면 그들이 투자한 시간의 힘은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세상의 진리같은 게 아닐까.

 

시시한 순간들을 견디지 못하면 시시한 인생을 살게 되는 건가 하는 고민을 한다. 20대를 지나오면서 내가 한 고민의 절반은 아마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일 것이다. 좀 더 즐겁게 살아보려는 고민과 그에 관련된 일을 저지르는 것들. 문제는 그러면서도 지루한 시간을 보내온 그들처럼 특별한 뭔가를 언젠가 가지길 바랬던 것이다.

 

셋을 세고나면 다른 세상에 떨어질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에도 내가 직접 뭔가를 하기 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어제와 다른 특별한 뭔가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제와 다른 내일을 위해 어제와 같은 오늘을 견딜 수 있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요즘은 한다. 치지도 못하는 기타를 던져버리고 드럼을 칠 수도 있지만 그러면 평생 무엇 하나 치지 못하는 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만화나 소설보다 미드나 TV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걷는 시간보다 차를 타는 시간이 많아졌다. 생각할 시간이 없어진 만큼 병신이 된 느낌이다.

 

이제는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에 남들과 발을 맞추려 하기보다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들을 좀 더 잘하고 싶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그동안 내가 봐왔던 것들을 좀 더 많이 보고싶고, 더 잘 알고 싶다. 남들 다 아는 것들은 내가 몰라도 되니, 적어도 남들이 모르는 것들을 내가 알 정도로는 더 잘했으면 좋겠다.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하지 않은 건 아마 그거 하나 뿐인 것 같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