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 마인드 개소리

태어나서부터 20년 가까이 자란 우리동네에는 집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언덕, 부산말로 ‘까꼬막’을 따라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엄마들은 까꼬막 끝에 있는 집으로 올라가는 시장에서 찬거리도 사고 고기도 산다. 다들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찬거리 사러 갔다가 시작된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을 보내며 애들 밥을 굶기기도 한다. 어릴 때는 동네에 오락실도 4개나 있었고 레코드 가게, 책 대여점도 있었다. 목욕탕 갔다가 남는 돈 몇백원으로 늘 오락실에 갔다. 목욕비가 천원단위로 딱 떨어지게 올랐던 날의 배신감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지금은 동네 오락실들은 다 사라졌다.

시장통에는 가게 구석 작은 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이모들도 많고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할매할배들도 많다. 추위에 발을 구르고 욕을 하면서도 노가리 까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며 인생 고난과 역경 따위도 다 시덥잖은 우스개로 만들어버린다. 동네 친구들이 다들 하나같이 되도 않는 개소리를 잘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탓일 것이다.

얼마 전에 혼자 살던 집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커다란 시장이 있고, 아재들이 과일 사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새로 구한 집은 부산의 우리집처럼 오래된 주택이라 창문은 무식하게 크고 바람은 잘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오가는 길은 늘 즐겁다. 일찍 집에 가는 날이면 특별히 살 게 없어도 시장에 들린다. 장바구니를 채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채우러 간다. 비싼 걸 쉽게 먹어도 늘 비어있던 뭔가가 엄마가 해준 미역국 된장에 채워지는 그런 느낌.

새해가 조금 좋아졌다. 돌고 돌아 처음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2013년은 뱀의 해라고 한다. 2012년은 용의 해였지만, 나는 한번도 용이었던 적은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은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을 기어야만 하는 뱀인 것이다.

집들이를 해야겠다. 상차려줄 마누라는 없지만 집앞에 시장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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